[국민의 기업] '여가친화지원' 통해 기업·기관과 직원의 상생 모델 확산에 기여
- 중앙일보 2022.03.24. 00:05
최근 트렌드를 주도하는 MZ세대는 사회적 성공을 통해 인정받고자 했던 예전 세대와 다른 모습을 보인다.
특히 직장을 구할 때 중요 조건으로 ‘일과 개인의 삶 사이 균형’을 최우선으로 여긴다.
평생직장이란 개념이 희미해지고 성공 기준이 ‘나의 행복’이 된 지금, 좋은 직장의 조건으로 ‘워라밸(work-life balance)이 보장되는 회사’가 됐다. 여가생활이 직장인과 회사의 관심사가 된 것은 오래전 일이다. 하지만 워라밸이라는 단어가 주목을 받게 된 것은 2010년대 중반부터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20 국민여가활동조사’에 따르면 2016년에 평일 3.1시간, 휴일 5.0시간이었던 것이 2020년에는 평일 3.7시간, 휴일 5.6시간으로 각각 0.6시간이 늘었다. 주요 여가활동은 TV시청(67.6%), 산책·걷기(41.3%), 인터넷·SNS(34.2%) 등이었다(복수응답). 트렌드 모니터의 2020년 ‘직장 생활 전반에 대한 인식 및 직업소명의식 관련 조사’에서는 ‘여가생활 없이 일만 열심히 하는 사람을 보면 불쌍한 생각이 든다(66.2%)’ ‘여가생활이 없다면 지금 하는 일을 포기할 수 있다(51.1%)’고 응답했다.
직장문화 바꾸는 기업·기관, 변화 지원하는 정부
최근 주52시간 근무제가 도입된 후 워라밸이 빠르게 정착되고 있다. 일부 직장은 한발 앞서 주 35시간, 주 32시간 근무를 운영하는 사례도 생겨났다. 종합교육기업 에듀윌은 주4일 근무제(32시간)를 시행하면서 종전과 같은 임금을 받고 누구나 평일 중 하루를 선택해 쉴 수 있다.
이 밖에도 ▶직원이 직접 혁신위원회를 구성해 자체적인 기업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는 (주)남경엔지니어링 ▶감정·돌봄 노동자에게 유급 휴가를 제공하는 보훈공단 남양주보훈요양원 ▶자발적으로 운영되는 여가문화케어팀을 운영하는 헨켈코리아(유) ▶장애인과 비장애인 직원이 동행 여행과 텃밭가꿈 등을 함께하는 늘푸름보호작업장 ▶사내교육과 문화활동 부분에서 직원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청취해 운영하는 (주)소소한소통 등도 좋은 사례로 꼽힌다.
직원의 워라밸이 기업 경쟁력 좌우
최근 많은 기업이 직원의 여가에 관심을 갖고 투자하게 된 것은 일과 여가의 균형이 좋은 직장 분위기를 만들고, 그것이 기업 경쟁력으로 이어 진다는 것을 인식했기 때문이다. 한때 혁신과 팀워크의 붕괴로 인해 성장 정체를 겪던 마이크로소프트는 2014년, 기업문화와 업무 생산성 강화 를 위한 키워드를 워라밸로 꼽고 ‘One Microsoft’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일이 잘되는 곳이라면 어디든’이라는 슬로건으로 업무공간과 업무방식 등을 각자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인사제도도 직원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게 개선한 결과 오랜 암흑기에서 탈출할 수 있었다.
잔업과 특근 대국이라 불리는 일본의 대기업인 아지노모토는 6년 전에 잔업 없는 하루 7시간 근무제를 시작했다. 시간당 성과를 중시하는 인사 고과제도를 만들고 전 직원을 대상으로 일주일에 하루는 재택근무를 시행했다. 기업이 적극적인 의지를 갖고 노력한 결과, 직원들은 “회사에 휘둘린다는 느낌이 없고, 근무환경에서 상당한 혜택을 받고 있다”고 말할 정도가 됐다.
근로자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여가지원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역문화진흥원과 함께 시행하는 ‘여가친화지원’의 경우, 근로자가 일과 여가생활을 조화롭게 누릴 수 있도록 경영하는 기업· 기관을 인증하고 있다.
제도에 참여한 인증사의 만족도 또한 높다. “대외적으로 회사가 직원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음을 홍보할 수 있었고, 직원들도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여가친화경영이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고 역동적으로 변화시키는 역할을 한다는 것을 깨닫게 해줬다” 등 기업·기관의 긍정적 평가받고 있다.
사업 관계자는 “여가친화인증이 되면 높아진 브랜드 이미지를 활용해 인재를 유치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고, 정부 차원의 제도적인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다”며 “일과 여가가 조화되는 삶을 소중히 여기고 여가친화문화 확산에 기여하는 기업·기관의 적극적인 참여를 바란다”고 밝혔다.
송덕순 중앙일보M&P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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