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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가 있는 삶, 그 의미와 가치를 더하는 노력
작성일 : 2022.12.01 09:12:56 조회 : 3103

여가 있는 삶, 그 의미와 가치를 더하는 노력

- 글. 오현규 중부대학교 학생성장교양학부 교수

 

우리의 관심사 ‘여가 있는 삶’

요즘 직장인들이 주목하고 있는 키워드 가운데 하나인 ‘일과 삶의 균형(work-life balance)’이라는 의미를 지닌 워라밸은 1970년대 영국에서 여성의 일·가정 균형을 표현하기 위해 처음 등장했다. 이후 워라밸은 우리의 직장생활에 물음표를 던져주었고, 기업들의 인력 운영 방식에도 큰 변화를 주었다, 이는 한국 사회로 확산하면서 국내에서도 쾌적한 업무 환경을 요구하는 움직임이 활발해졌다. 특히 자신만의 여가를 중시하는 MZ세대를 중심으로 워라밸은 직장 선택의 중요한 기준이 되었고, 이직의 주요 원인으로도 나타나고 있다. 꼭 젊은 세대들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많은 직장인에게 퇴근 후 저녁이 있는 삶, 취미를 즐기는 삶, 그리고 새로운 도전을 꿈꾸는 삶은 중요한 목표이자 로망이다. 경력이나 사회적 성공 을 통해 인정받고자 했던 예전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인식이 퍼지고 있다. 

 

여가 있는 삶은 피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

다른 국가들보다 비교적 노동시간이 긴 우리 사회의 모습을 돌아보면, 이러한 워라밸에 대한 열망이 어쩌면 당연해 보인다. 또한, 인구 절벽 위기 상황에 놓인 한국에서 출산과 혼인을 이야기할 때 ‘역대 최저’라는 수식어가 낯설지 않은 걸 보면 우리의 워라밸은 그리 건강하지 못한 듯하다. 그동안 우리는 여가친화지원 사업을 통해 직장인의 워라밸을 위한 여러 가지 제도, 프로그램을 펼쳐왔고, 직장인들은 ‘칼퇴’를 하며 최대한 개인 생활을 누리기 위한 노력을 해왔다. 다행스럽게도 이러한 경향이 조금씩 기업의 문화로 자리를 잡아가는 분위기다. 워라밸이 직원 개인의 행복뿐 아니라 기업의 효율까지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고 보는 인식이 확산되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일보다 건강, 행복, 그리고 개인의 목표를 중시하는 흐름은 더 강해졌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되면서 많은 기업이 재택이나 하이브리드 근무환경으로 전환하였고, 2년 동안 새로운 근무환경에 완벽히 적응한 직장인들은 재택근무의 장점을 체감하게 되면서 우리가 반드시 사무실로만 출근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지 의문을 던지게 되었다. 최근에는 주 4일제에 대한 논의도 새롭게 진행되고 있는데, 아직은 일부 국한된 사례이기도 하지만 앞으로 이를 채택하려는 기업은 늘 것이고 점차 이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 분명하다.

 

정해진 시간에만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은 진정한 워라밸이 아니다

사무실에서 보내는 근무 시간이 단축된다는 것은 직장인에게 많은 기대와 함께 새로운 도전의 기회를 준다. 그러나 실제로 우리가 하루 중 일하기 위해 쓰는 시간이 줄었는지, 그리고 업무량에 의해서 받게 되는 스트레스도 정말로 줄었는지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일의 총량은 줄지 않았는데 단순히 근무 시간만 줄어들어 퇴근 후에도 집이나 카페에서 근무를 이어가는 사람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단순히 사무실에서의 근무 시간을 단축해 워라밸을 유지하려는 것은 분명히 한계가 있다. 일과 삶의 구분이 ‘퇴근’이라는 어떤 시점에 의해서만 지어질 수 없음을 우리는 간과해서는 안 된다.

직장에서의 일과 개인적인 삶의 영역을 정말 명확히 구분할 수는 있을까? 보통의 직장인이라면 하루 대부분 시간을 회사에서 보낼 것이다. 하루의 시간을 업무라는 영역과 개인적인 삶의 영역을 이등분하여 딱 잘라 균형을 맞추기도 어렵지만, 퇴근 후의 삶에 지나치게 집중하다 보면 업무에 임하는 시간은 그저 퇴근의 시기를 기다리는 시간이 될 것이다. 워라밸은 일과 삶의 균형이 강조된 개념이지만 이를 자칫 잘못 적용하게 되면 퇴근 후 개인의 삶만을 중요하게 여기는 개념이 되어 하루를 ‘퇴근 전 고통의 시간’과 ‘퇴근 후 행복의 시간’으로 구분 짓게 된다. 일과 삶 사이에서 스위치를 켜듯 이동하는 상황에서 오히려 스트레스가 더 커질 수 있다. 6시 퇴근 시간만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을 떠올려보자. 5시 59분까지는 버텨야만 하는 시간이고 6시부터 드디어 행복해질 수 있다. 이는 진정한 워라밸이 될 수 없다. 

 

워라밸이 좋다는 것의 의미

일과 삶을 ‘시소게임’으로 인지해서는 안 된다. 마치 일보다 삶의 영역을 조금이라도 더 넓혀야만 하는 프레임에 갇힌다면 우리가 수행해야 하는 일과 노동은 앞으로도 전혀 즐거울 수 없다. 워라밸이 기업의 가치를 높여주고 업무의 효율을 높이는 조건이라 믿을 수 있었던 것은 워라밸을 통해 직장에서의 개인 행복이 담보되었기 때문이다. 비교적 최근에 언급되고 있는 개념들인 워라블(work-life blending), 워라하(work-life harmony), 워라인(work-life integration)은 일과 삶의 경계를 면밀하게 구분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으로부터 시작한다. 단순히 일과 삶 가운데 선택하는 것이 아닌, 이 둘을 조화롭게 하여 우리가 원하는 삶의 방향으로 조금씩 나아가는 것이 본래 우리가 바랬던 진정한 ‘워라밸’이 아닐까 싶다. 직장 안에서도 우리가 충분히 가정을 지키고 행복할 수 있도록 말이다.

그동안 워라밸을 실현하기 위한 시도가 잘못되었다는 말은 아니다. 다양한 시행착오와 시도 끝에 분명 우리 사회는 조금씩 변화를 해왔고 기업과 직장인 모두 인식의 전환이 있었다. 적어도 물리적 시간에 대한 균형을 맞추고자 하는 각종 제도와 정책이 곳곳에 자리를 잡아가는 중이다. 이제 한 단계 더 올라가야 할 때다. 워라밸이 좋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단지 근무 시간이 짧거나 업무 강도가 약하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사무실에서 정해진 시간만큼 잘 버텼는가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일과 삶의 선택에 있어서 자유로움과 유연함에 대한 보장이다. 업무 속에서도 개인의 삶이 지켜지고, 삶 속에서도 업무가 편하게 녹아들 수 있는 여유가 필요한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근무환경을 제공해줄 수 있느냐에 우리 가 집중해야 한다.

 

우리 삶에 가치와 여유를 더하는 방법은?

직장에서 퇴근하는 순간까지 개인 또는 가정의 일은 조금도 신경 쓰지 않고 업무에만 몰입하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그것이 바람직하다고 얘기 할 수 있을까? 반대로 퇴근했다고 해서 회사의 일을 모두 남의 일로 간주하여 무관심할 수 있을까? 일과 삶은 현실적으로 칼로 무 자르듯 깔끔 하게 구분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실제 우리의 일상을 돌아보면, 일하는 중에도 잠시 시간을 내어 귀여운 딸과 통화할 수 있고, 가족들과 시간 을 보내는 주말에도 회사에 필요한 아이디어를 문득 떠올릴 수 있다. 오히려 이러한 과정에서 일할 힘을 얻는 것이고, 가정도 지킬 수도 있다. 우리가 가정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면 그 긍정의 에너지로 인해 출근길을 조금 즐겁게 만들 수 있다. 만일 직장에서 여유롭고 기쁘게 업무를 수행했다면 이 역시도 건강한 에너지를 가진 채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 두 영역의 구분을 조금 더 유연하게, 그리고 조화롭게 하는 것이 진짜 ‘균형’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리는 가끔 자신을 잘 알아주는 동료 덕분에 힘을 얻고 위로를 받는다. 어떨 때는 퇴근 후 산책 중에 복잡한 문제가 깔끔하게 정리되기도 한다. 이러한 경험을 억지스럽게 없애거나 막을 필요는 없다. 우리 현대인들에겐 필요한 여유와 휴식이 반드시 ‘퇴근 후’ 그리고 ‘출근 전’에만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니다.

 

여가친화지원사업, 이제 구성원의 ‘참여과정’에 더 주목해야

적어도 일과 삶의 영역을 경영자 입장에서 단호하게 나누려는 시도는 피해야 한다. 개인의 여가와 휴식을 기업이 일률적으로 정해줄 수 없듯이, 결국 수요자의 상황과 의견을 얼마만큼 반영했는지에 따라 제도와 정책의 성패가 달렸다. 모든 기업이 똑같은 제도를 도입할 수 없고, 산업 분야 나 업무의 특성에 따라 요구되는 사항이 다를 수 있다. 한 기업 안에서도 다양한 구성원이 존재한다. 그래서 우리는 이야기를 들어야 하고 하나씩 따져보아야 한다. 다양한 제도의 존재 여부만큼이나 직원들의 참여 과정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앞으로의 여가친화지원사업은 해당 기업 들이 수요자의 ‘참여 과정’을 충분히 고려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주어야 한다. 얼마나 혁신적인 제도인가를 판단하기 전에 누가 제안한 제도인지 를 평가해주어야 한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우리는 뜻하지 않게 기존과 다른 근무방식과 환경을 선택해야만 했다. 모든 것이 새로웠고 낯설었다. 그러나 우리는 생각 보다 변화에 빠르게 적응했고 문제를 해결해 나갔다. 지금이야말로 새로운 시도에 대한 평가와 보완이 이루어져야 할 때다. 구성원으로부터 무엇 이 좋았는지, 무엇이 아쉬웠는지, 그리고 무엇이 필요한지 들어야 한다. 성공적인 여가친화지원제도는 구성원의 경험으로부터 도출된 것인지, 아니면 경영자에 의해 결정된 것인지에 따라 결정된다. 경영자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해서 섬세한 제안까지 경영자가 할 필요는 없다. 여가친화 지원 사업이 이제 구성원의 ‘참여과정’에 더 주목해야 할 때다.

 

* 필진 소개 

오현규 중부대학교 학생성장교양학부 교수

성균관대학교 행정학 박사

 

- (전) 인사혁신처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전문경력관

- (전) 성균관대학교 동아시아공존협력연구센터 선임연구원

- (현) 세종특별자치시 시민주권회의 청년분과위원회 위원

- (현) 충남지속가능발전협의회 청년특별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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