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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가 특별 기고 3] 여행의 생태적 부담과 지속가능한 여가의 필요성
작성일 : 2023.12.22 16:38:43 조회 : 1268

 

 

 

 

여행의 생태적 부담과 지속가능한 여가의 필요성

 

 

 

박효민(서울시립대 도시사회학과 교수)

 

 

 

해외여행의 자유화와 대중화

 

 

요즘 유행하는 단어 ‘라떼’의 이야기로 시작해 보자. 1989년 1월 1일은 우리나라의 여가에 획기적인 일이 일어난 날이다. 요즘으로서는 믿기 어렵겠지만, 우리나라는 1980년대까지 외국을 여행하려면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만 했다. 1989년 1월 그 규제가 풀리며 해외여행 자유화가 이루어진 것이다. 해외여행 자유화는 우리나라의 여가 인구가 급격히 증가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하나의 현상에 불과했다.

 

우리나라는 1990년대 여러 경제적 위기를 겪으면서도 급속도로 발전해 왔고, 현재 세계에서 손꼽히는 경제적 규모를 자랑하게 되었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여가는 소위 ‘먹고 살 만한’, ‘있는 사람들’이 즐기는 것이라는 통념은 여전히 변함이 없지만, 이제 우리도 그 ‘먹고 살 만한’ 사회가 된 것이다.

출처: https://news.bizwatch.co.kr/article/policy/2020/01/31/0002

특히 여러 여가활동 중에서도 관광, 여행은 많은 사람들이 하고, 희망하는 여가활동이다. 비록 한국 사람들의 여가를 보내는 활동 중 1위가 TV 시청이라는 서글픈 현실이 가로놓여 있긴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늘 가고 싶어하고, 많은 시간과 돈, 노력을 들이는 여가가 여행이라는 점은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코로나-19 초기 조사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로 인해 못하게 된 여가활동 중 국내관광과 해외관광이 높은 순위를 차지했으며, 코로나-19와 관련된 규제가 사실상 모두 풀린 2023년의 경우 해외여행 인구가 급격하게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어, 사람들이 얼마나 여행을 즐기기 원하는지 알 수 있다.

출처: https://www.chosun.com/culture-life/travel/2021/03/18/PJSC6UVXW5AVFFVY2PBHJNRP74/

 

 

 

 

 

여행의 생태적 부담: 항공, 음식, 쓰레기

 

 

개인에게 즐겁고 설레는 여행이 환경 전체에는 큰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다. 한 연구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전 세계 탄소배출량에서 관광, 여가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8%에 이른다고 한다. 이 연구의 연구진들은 사람들의 전반적인 소득 수준이 올라가면서 더 먼 곳으로 더 자주 여행을 떠나며, 이 때문에 국제선 항공기는 관광 관련 탄소 배출량의 25%를 차지하고 국내선 항공기 역시 비슷한 수준의 탄소를 배출하고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오는 2036년까지 전 세계의 항공기 이용 승객이 현재보다 2배 가까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획기적인 변화가 없다면 여행을 위한 항공 수송의 탄소배출량도 비례해서 증가하게 될 것이다.

 

여행을 통한 여가가 환경과 생태에 미치는 다른 문제 중 하나는 음식이다. 사람은 여행을 가지 않아도 항상 음식을 먹지만, 여행지에서 음식을 소비하는 형태는 평소와 다르다. 여행지에서 그 지역만의 독특한 음식을 먹어보는 것은 여행의 큰 즐거움이고, 일반적으로 평소보다 많은 음식을 소비한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집계에 따르면 2023년 현재 공식적인 지역축제가 모두 1,129개에 이르는데 이 중 많은 축제들이 요리와 음식을 축제의 주요 주제로 삼고 있으며, 그렇지 않은 일반적인 축제의 경우에도 여러 음식 부스들이 설치되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역축제, 대학축제, 국가 수준의 행사에 이르기까지 ‘음식’은 행사의 상당히 중요한 부분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과다한 음식 소비는 전 세계 교통수단이 뿜어내는 탄소배출량과 맞먹는 정도의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있다. 여행객들이 음식 소비를 통해 배출하는 탄소의 양은 전체 여행산업 탄소배출량의 약 10%를 차지하며, 범위를 농축산 산업으로까지 확대하면 전체 여행산업 탄소배출량의 약 18%가 음식의 생산과 소비에 사용되고 있다.

출처: Lenzen, M., Sun, Y. Y., Faturay, F., Ting, Y. P., Geschke, A., & Malik, A. (2018). The carbon footprint of global tourism. Nature climate change, 8(6), 522-528.

여행이 주는 생태적 부담으로 살펴볼 마지막 대상은 쓰레기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관광객들이 현지 거주민보다 2배 가까운 폐기물을 생산한다고 한다. 관광지에서 사용되는 일회용품의 소비, 지역의 재활용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은 관광객들의 행태, 관광지의 특성상 과도하게 소비되는 물품 등으로 인해 관광산업은 쓰레기를 유발하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미 필리핀의 보라카이, 네팔의 히말라야, 인도네시아 발리와 같은 국제적인 관광지는 쓰레기로 인한 환경오염이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다. 급기야 지난 2018년에는 필리핀 정부가 환경복원을 위해 보라카이섬을 6개월 동안 폐쇄하고 관광을 금지하기도 하였다. 국내에서도 가장 인기 있는 관광지인 제주도의 경우 전체 생활 폐기물의 14%가 관광산업 분야에서 배출된다는 통계가 있다. 2021년 기준 전국 1인당 폐기물 생산량은 1.18kg인데 비해 제주지역은 1인 평균 1.87kg의 폐기물을 생산하여 전국 최고 수준을 보이고 있다는 점 역시 여행이 주는 생태적 부담을 잘 보여주고 있다.

 

 

환경을 생각하는 지속가능한 여가의 필요성

 

 

생태에 부담이 된다고 해서 인생의 큰 즐거움인 여행을 무조건 포기할 수는 없는 일이다. 여행을 즐기되, 적절한 소비와 적절한 즐거움을 찾는 적정관광 혹은 지속가능한 관광의 개념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나치게 많은 사람들이 모여 소비 위주의 관광을 함으로써 기존의 생태계와 주민의 삶을 침해하는 과잉관광(오버투어리즘)의 폐해를 줄이기 위해 적정관광의 개념은 적정한 수준의 관광객만을 받을 수 있는 관광산업 육성을 주장하고 있다.

 

제도적인 측면에서 여행, 관광산업에 대한 생태영향력을 고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여행자 개개인의 선택과 행동도 중요하다. 열심히 일했으니 신나게 먹고, 놀고, 즐기는 것도 물론 여행의 큰 의미이고 중요하지만, 되도록 생태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려는 노력들도 함께 이루어진다면 여행의 의미가 배가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많은 호텔들이 일회용품을 비치하지 않거나 원하는 경우에만 제공하는 경우가 많은데, 개인용품을 챙겨 일회용 쓰레기 발생을 최소화하는 ‘제로웨이스트(zerowaste)’여행을 위한 노력도 의미있어 보인다.

 

보다 적극적으로는 생태적 의미를 찾는 여행을 기획해 보는 것도 여행과 생태를 조화시키는 방법 중 하나일 것이다. 과잉관광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여행지를 ‘찾아 즐기는 것’보다는, 일상에서 지친 몸과 마음을 추스르기 위해 멍 때리기, 명상하기 등 무엇인가를 ‘하지 않음’을 통해 의미를 찾는 여행들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몇 년 전부터 유행한 조깅을 하면서 쓰레기를 줍는 이른바 플로깅(plogging)이나 해변을 빗질하듯 바다 표류물이나 쓰레기를 주워 모으는 비치코밍(beachcombing) 같은 활동도 여정의 중간에 한번 집어 넣어보는 것도 의미가 있는 일이 될 수 있다.

환경을 생각하는 여가활동, 비치코밍(beachcombing) / 출처: 클립아트코리아

 

여가를 즐기고 여행을 하는 것은 불과 한두 세기 전만 해도 사회의 최상 부유층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었다. 20세기 교통수단이 발달하고 전반적인 경제적 풍요의 시기가 도래하면서 이제 많은 사람들이 이전 시대에 최상류층도 쉽게 즐길 수 없는 여행을 아주 손쉽게 접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럼에도 여행을 즐기는 우리가 그에 맞는 사회적 책임과 생태적 감수성을 지녔는지는 다시 한번 돌아볼 시기가 되었다. 분명 여행은 삶의 즐거움과 의미를 제공해 주고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해 주지만, 지속가능한 방식의 여행이 아니라면 이후 세대에는 아무도 여행을 즐길 수 없을지 모른다.

 

 

 


 

 

 

 

 

* 본 칼럼은 지역문화진흥원 블로그를 위해 작성된 글입니다.

※ 외부 필진의 기사는 지역문화진흥원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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